'너는 내운명'과 어머니

내가 좋아하는 것들 2009/01/11 08:41 Posted by tvbodaga


어머니와 누나가족이 크리스마스 부터 해서 어제까지 머물다 가셨다. 어머니는 칠순 중반을 넘기신다. 그 전보다 얼굴엔 주름살의 골이 깊어졌고 몸은 더 오그라 들은신거 같다. 그래도 아직은 정정하셔 하이드 파크 부터 해서 로얄 보타니 가든을 넘는 길을 힘 안들이시고 걸으셨다.

낮에 여행을 하고 집에 들어오면 별로 할 것이 없다. 그래서 미리 한국 비디오 숍을 가서 디브디로 나온거 고르다 '베토벤 바이러스'를 빌려 놓았다. 인터넷에 재밌다고 소문이 자자하여 강마에의 칼스마와 똥.덩.어.리를 꼭 보고 싶었다. 그러나 잘.못.된. 선택이었다.
저녁상을 물리고 베토벤 바이러스를 둘러 보는데 어머니는 쇼파에 앉아 고개를 연실 떨구시며 잠에 빠져 드신다. 칠순노모 어머니에게 클래식이 나오는 드라마는 당연히 아니었다. 어머니를 깨우고 방에 들어가 주무시라 하니 어머니는 "야 새벽이는 안나와" 하신다. 새벽이? 누나가 그러신다. 그거 너는 내운명이라고. 아.. 너는 내운명. 그 인터넷에서 막장 드라마로 소문이 자자한 드라마? 이 드라마를 한번도 본적이 없지만 윤아와 발호세의 발연기부터 해서 출생의 비밀, 백혈병으로 이어지는 줄거리를 인터넷으로 본 기사들만으로 꿰차고 있을 정도이다.

어머니는 디브디로  나오는 베토벤 바이러스가 한국에서 지금 나오는 드라마인줄 아시고 새벽이를 틀으라고 하셨다. KBS로 들어가니 너는 내운명의 다시보기가 가능하다. 컴퓨터와 티비를 연결하는데 조금 고생하다 드디어 티비에서 너는 내운명이 나오기 시작한다. 어머니는 호주 티비에서 한국드라마가 나오는 것을 매우 신기해 하셨다.  인터넷으로 한국 티비를 연결하고 그거 티비에서 나오게 하는 거여라고 설명해 드렸지만 이해하신듯 아닌듯  어머니는 새벽이를 틀으라고 하셨다. 시드니 시간이 한국보다 2시간이 빨라 다시보기가 업데이트 될려면 시드니 시간으로 거의 자정을 넘긴다.

그래서 우리는 아침밥을 물리고 새벽이를 보게 되었다. 우리는 너는 내운명이 아닌 극중 윤아가 연기하는 '새벽이'로 이 드라마를 불렀고 어머니는 아침상을 물리시면 새벽이가 아침에 나온다고 틀라고 하셨다.

내가 새벽이를 본것은 지난 12월 26일자 부터 였는데, 그때가 아마 새벽이의 골수가 백혈병에 걸린 시어머니의 골수와 일치한다는 부분이었고 생모 정미옥도 백혈병이라는 아주 드.라.마.틱. 한 설정이었다. 단 한번의 시청으로 쌍팔년도 아닌 2008년에 이런 줄거리의 드라마가 나오며 이게 또 우째 시청율 30%를 넘어 40%를 보는 국민 드라마가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인터넷에서는 새벽이 '외계인설'부터 해서 너는 내운명이 아닌 '너는 내골수'로 불려지기 시작한다.

그러나 우리 어머니는 아침상을 물리기가 바쁘게 새벽이를 찾았고 우리의 여행 일정은 어머니가 새벽이를 다 본후에 시작하는 걸로 정해졌다. 어머니 덕분에 온가족은 아침마다 새벽이를 보게 되었고 우리는 작가가 뭐하는 사람이야, 어떻게 생모와 시어머니가 동시에 백혈병에 걸려, 그리고 골수가 맞는 확율이 그렇게 낮다는데 하며 혀를 끌끌 차며 보았다.

하루 하루 새벽이를 보다 보니 나름 정도 든다. 나는 그냥 소녀시대 윤아를 보는 재미로, 누나 가족은 그냥 호주에서 한국 드라마 본다는 재미로, 그.리.고 우리 어머니는 새벽이와 혼연일체가 되어 새벽이가 눈물 지우면 어머니도 안타까워 하셨고, 생모가 힘을 가누지 못하면 빨리 새벽이 골수를 못주냐고 우리게게 물으셨다. 우리야 드라마 설정대로 골수는 한번 주면 1년 정도를 기다려야 한대라고 설명해 드렸다.

그리고 결국 마지막회가 방송되는 9일밤. 우리는 모두 새벽이의 팬이되어 새벽이 생모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게 되었고 결국 다음날까지 기다리지 않고 밤10시 25분을 기다려 실시간 보기로 새벽이 마지막회를 보게 되었다. 화질도 구리고 중간 중간 버퍼링신이 강림하여 잠깐씩 중단도 되었지만 어머니와 누나는 생모가 죽는 장면에 눈물을 흘리셨고, 다른 가족은 아 이제 끝나는 구나(?) 하며 보았다.

베토벤 바이러스 같은 명품드라마가 있으면 너는 내운명같은 일일 드라마도 있는 거고. 그렇다고 우리 어머니들이 베토벤 바이러스를 즐기리란 생각은 잘 안든다.

그렇게 어머니를 포함한 우리 가족은 호주에서의 마지막 날 밤에 너는 내운명 마지막회를 보는 작은 이벤트를 하였고 그것은 또다른 추억으로 남게 되었다.  너는 내운명의 제작진과 출연진에 감사 드린다.

어머니와 누나 가족은 어제 아침 비행기로 시드니를 출발하여 저녁에 무사히 한국에 도착 하셨단다.

"여인3대"_어머니,누나, 조카_본다이 비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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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 입니다

    2009/01/11 08:57
    • BlogIcon tvbodaga  수정/삭제

      한국 날씨 많이 춥다고 들었는데 감기 조심하시고요, 즐거운 주말 되세요

      2009/01/11 09:06
  2. BlogIcon 대따오/불면증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드라마는 아무래도 어머니층에 인기가 좋은듯 해요.
    저희 어머니도 이 드라마를 꼭 보셨거든요.. 아버지랑 같이요.

    제가 이거 막장 드라마야~ 라고 이야기 하면..
    같이 시간보내기 힘든 자식보단..이런 막장 드라마가 낫다..라고 말씀하셔서 찔끔했어요.

    에고.. 어머니와 누나를 보내드리고 좀 쓸쓸한 시간이 되셨겠어요

    2009/01/12 15:20
    • BlogIcon tvbodaga  수정/삭제

      막장 드라마가 낫다고 하셔도 그래도 같은 하늘아래 계시쟎이요^^; 어제 하루는 많이 우울했는데 그래도 전화 드리고 잘 도착 했다 하시고 전화상으로 애기라도 나누고 나니 맘이 좀 풀리더군요. 대따오님은 부모님께 잘 해드리세요^^;

      2009/01/12 19:17
  3. ehdud3232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저는 도영이라고 합니다 여기는 란국인데요 중국보다는 여기가 제일 춥어서 얼어 죽을라고 해요

    2009/01/21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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