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일관계로 한국에서 오는 손님을 접대할 일이 있었드랬죠. 공항에 픽업나가 호텔 체크인 하고 미팅 주선하고 미팅 사이로 간단하게 나마 시드니 관광도 해주는 일정 이었습니다. 지인이 오거나 해서 일정 잡아주는 거와는 다르게 비즈니스 적인 거라서 조금은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일찌감치 공항에 나가 입국하는 비행기 확인하고 입국자들이 들어오는 길목에서 얼굴을 모르기 때문에 집에서 프린트해온 이름과 회사 이름을 적은 A4용지를 들고 서 있었습니다. 이사람일까 저사람일까 들어오는 한국인 처럼 생긴 분들하고 눈을 마주치며 기다리고 있는데, 풍채 좋으신 분이 다가 오시더군요.
'아무개 입니다'
그렇게 인사와 악수를 나누고 공항을 빠져 나오며 여행은 괜챦았는지, 피곤하진 않은지, 요즘 한국날씨는 어떤지 그런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고. 시드니 시내로 들어오는 차안에서도 한국 이야기, 미팅 이야기를 하며 들어 왔습니다.
호텔이 달링하버에 있어 체크인을 하고 미팅은 월요일이라 간단하게 관광과 식사도 할겸 달링하버 밖으로 나와 오페라 하우스가 있는 쪽으로 걸어 가는데 이상하게 신경이 쓰이는 일이 생기더군요.
처음에는 서로 존댓말을 썼는데 언제 부터인가 은근히 말을 놓으시더군요. 그렇다고 야 자 하는 정도의 반말을 하는 것은 아니었는데 호칭은 여전히 '~씨"로 부르는데 마지막은 존칭이 아니고 편하게 마무리를 하시더군요. 근데 말투가 정말 호인 같고 통도 굉장히 큰듯한 사장님 포스가 느껴지는 분위기에 제가 압도당하는 느낌이 스스로 들더군요.
그분은 정장을 입고 들어 오셨고 저는 비즈니스지만 주말이라 조금은 캐주얼 하게 청바지에 셔츠에 넥타이를 매고 있었는데, 나보다는 나이가 많을거란 느낌은 공항에서 부터 했지만 양해도 없이 말을 놓는데 이게 은근히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일부러 들으라고 저는 존댓말을 더 강조하며 이야기를 했는데 이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내었는지 오페라 하우스에 당도 할쯤에는 아주 편하게 말을 놓으시더라고요. 간단하게 오페라 하우스를 둘러보고 하버가 보이는 식당에서 밥을 먹으며 계속 대화는 되는데 머릿속에서는 나이가 얼마나 되세요라고 묻고 싶고 그런데 그런거 물어 보기가 쉽지가 않더군요. 얼굴에 웃는 웃음이 웃는게 아니야. 자꾸 신경이 쓰이니 에이 그래도 사장정도 하는데 나보다는 나이도 많을테고 보이는 얼굴도 나이도 많게 보이는구만 이런 생각을 하며 그런데로 스스로 인정을 하며 호텔로 돌아 왔습니다. 호텔로 돌아올 무렵엔 저는 그냥 조용히 있고 그분의 사업애기, 미팅 애기만 줄곳 듣다가 저녁을 같이 하자고 하는데, 제가 다른 약속이 있다고 하고 월요일 아침에 픽업하겠단 말만 남기고 호텔을 나왔습니다.
집에 와서도 이상하게 그게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나도 적은 나이가 아닌데, 20대도 아니고 양해도 없이 반말 들을 나이는 아니데 부터 시작해서 오만가지 생각이 들더군요.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나보다 10년 이상 나이가 많을 수도 없는데 양해도 없이 말을 놓다니. 보기에 손아래 여도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하고 '말 놓아도 될까요?' 하던지 '편하게 말 놓을께요' 하고 말을 놓던지 그냥 은근 슬쩍 말을 놓다니. 그렇다고 나이를 확인할 수도 없고. 이런 경우로 신경쓰인 적인 호주에 와서는 없었는데 오래간만에 이런 사람에게서 받는 스트레스가 은근히 잠을 설칠 정도가 되어 버리더라고요. 그러면서 예전 한국에 있을때는 나이 한살 차이로 형 아우 서열 매기던 생각, 대학에서 내가 나이가 많은게 정황상 확실 하면 당연히 말을 놓던 기억, 그러나 저 사람이 나보다 나이 많다는 정황이 어딨어? 정황상 저사람이 나보다 나이가 많을지라도 양해도 없이 말을 놓는건 아닌데.
월요일이 되어 픽업하고 미팅하고 통역 해주고 식사하고 그러면서 그분은 자연스럽게 말을 놓고 나는 깍듯히 존대말을 쓰는 날이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로 넘어 갔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수요일 미팅을 마치고 내일 한국으로 돌아가기에 그동안 계속 거부(?)하던 저녁 식사를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한국 식당으로 자리를 잡고 술도 시키고 술이 몇배순 들어갔는데. 이제는 아주 편하게 말을 놓는데 속에서 막 열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되도록이면 정중하게 물어 보았지요.
"저 죄송한데 아직 젊으신거 같은데 회사도 운영하시고 몇년생이세요?"
그분이 자랑스럽게 말씀하시더군요.
" 나? XX년생이야"
하마트면 제 입에서 욕나올뻔 했습니다.
저보다 3살이나 어리더군요 -.-:;
" 전 XX생인데" 그순간 그분은 3초간 얼어버린듯 당혹, 난감한 얼굴로 있다가 갑자기 제 손을 두손으로 덥썩 잡더니
" 아이고 형님 이셨군요, 얼굴이 너무 동안이세요"
그렇다고 그분에게 저는 말을 놓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받은 스트레스와 설움(?)에 일장 연설을 했지요.
" 사람이 아무리 지위가 있고 나이가 있어도요, 손아래 사람이라도 처음에 말을 편하게 논다고 하고 놓아야지 일방적으로 그렇게 말을 놓으면 안되죠."
그럼요 그럼요, 그분은 이제는 깎듯하게 존댓말을 사용하며 이야기를 하지만 우리의 마지막 술자리는 어색함과 당혹감으로 일찍 마치고.
다음날 다시 공항에 픽업을 해주고 그 분은 한국으로 돌아 가셨습니다. 그분은 그리 나가고 잘 도착했는지, 해를 넘기며 안부 메일 한장 없더군요, 물론 기대도 않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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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시간은 흘러 1년후.
어제 회사에서 그분 회사와의 재계약 여부 미팅에 참가하게 되었는데, 그동안 여러가지 상황을 판단해서 재계약을 안하는걸로 결정을 냈습니다. 다른 한국인 회사를 찾아 보는걸로 결정이 날때 저는 그분 회사를 변호하고픈 마음이 안들더군요. 그게 참 한번 새겨진 인상은 거두어 지지가 않더군요.
다음주엔 계약 만료 통보 메일을 보내게 될 거 같습니다.